땅콩도둑
집앞에 조그만 밭에
봄에 고추랑 옥수수, 호박, 파, 상추, 쑥갓, 오이, 방울토마토...
그리고 땅콩까지 심어놓았다.
정성을 들여 가꿨더니, 지금은 제법 풍성해졌다.
비록 많은 양은 아니지만, 집사람은 꽤나 뿌듯한 모양이다.
그런데,
엊저녁 밭에 가보니, 땅콩밭 여기저기에 쥐구멍이 나있고
땅콩뿌리가 밖으로 딸려나와 있었다.
뽑아보니, 글쎄 쥐라고 하는놈의 짓인가보다.
땅콩이 달리는것마다 다 따먹지 않았는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바로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가서 '쥐포수' 다섯개를 사왔다.
하나에 두개씩이니까 총 열개가 되었다.
쥐가 다니는 길에 열개를 다 설치해 놓고
"어디 걸리기만 해봐라!' 별렀는데...
아침 출근하기 전, 밭에 먼저 나간 아내한테서 "빨리 나오라"고 전화가 왔다.
잡힌 모양이다.
가보니, 쥐포수 열개중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찾아보니 저 풀숲에 엎어져 있다.
무언가 꿈틀거리는걸 보니 제대로 잡힌 모양이다.
그 끈끈이가 털에붙고, 또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치다 풀까지 엉겨붙어
꼼짝 달싹 못하고 있다.
일단 막대기를 주워다가 사정없이 두들겨 패서 죽여버렸다.
그리고 끈끈이를 떼어내고 엉겨붙은 풀을 제거하니 그 쥐의 실체가 나왔는데,
이게...
쥐가 아니다...???
족제비다...??
족제비는 털색이 뻘건데, 이건 쥐색이다...? 쥐색 족제비...
이런건 첨봤다...
그럼 이놈이 땅콩을 파먹었나?
족제비가 있는곳엔 쥐가 없다고 들었는데...
왜냐면 족제비가 쥐를 다 잡아먹으니까...
아뿔사...
이것이 족제비인줄 진작 알았다면,
살려서 보내줄것을...
너도 참 팔자가 드럽구나...!!
출근해서 지금까지 내 머리속엔
족제비가 살아 있었다...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