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이다...
엄마가 개끌댁에서 노시다가 집에 가시려고 나오는 모양이다.
베이지색 쉐타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잔뜩 수그린 모습이 너무 외롭게 보인다.
개끌댁 할머니하고, 중방터댁 아주머니가 배웅을 하고 있다.
내가 멀찌감치서 나지막하게 "엄마!"하고 부르자
개끌댁 할머니가 그 소리를 들으시고 뒤돌아 보시더니
"도호가 왔네?" 하시면서 울엄마더러 도호가 왔다고 알려 주신다.
엄마가 나를 보시더니, 밭고랑 사이로 달려 오시며 아무말 없이 내 손을 잡으셨다.
개끌댁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엄마가 늘 경노당 저 뒤에 앉아서 외롭게 깨갱거리신다고 하셨다.
엄마를 보는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엄마 손을 잡고 엄마집으로 갔다.
내가 태어나 자란곳이다.
방에 들어가서, 엄마랑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들을 했는데
무슨말을 했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방문이 열리더니 와이프가 왔다.
뭔가 한보따리 내려 놓는데, 밤이다...
근데 생전 처음보는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밤이었다.
먹어보니 맛있다.
엄마가 그 밤을 깐밤인줄 알고, 그냥 입으로 들어가더니, 곧 껍질이 있는걸 아시고
도로 뱉어서 껍질을 까시면서 "껍질이 있구나..." 하셨다.
꿈이다...
엊그제가 엄마 제삿날이었는데,
내가 산소엘 가지 않았더니, 너무 아들을 기다리다 지쳐 꿈속에 나타나신 모양이다.
아들 딸일랑 잊어버리고 좀 재밌게 사시지...에고
엄마! 미안해...
오늘 야근하고, 내일.. 엄마가 좋아하는 감 사가지고,
꼭 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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